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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생활이야기
 
작성일 : 09-12-21 13:55
황인현-간단한거지만 자기맘대로, 하고싶은거 하며 자유롭게 사는거 시설에서는 못해요
 글쓴이 : 발바닥행동
조회 : 3,897  


아래 글은  2009년 12월 16일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 때 황인현씨가 작성한 양천구청장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간단한 거지만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며 자유롭게 사는 거 시설에서는 못해요”


황인현 / 김포 향유의집(구 석암베데스다요양원)


추재엽 양천구청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시 양천구청 관할의 사회복지재단 프리웰(구 석암재단)의 산하시설인 향유의집(구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18년간을 생활하고 있는 황인현입니다. 저는 40세 지체장애 1급의 남성입니다. 태어날 때는 장애가 없었어요. 근데 자다가 경기를 했데요. 그걸 그냥 놔둬야하는데, 엄마가 애가 경기를 하니까 병원에 데리고 갔데요. 그때 내가 놀래가지고 이렇게 됐데요. 이후에 병원에 갔더니 앞으로 내가 걷지도 못하고 누워서만 생활한데요. 정말 집에서 매일 텔레비전만 보고, 음악만 듣고 그랬어요. 형제들은 다 학교 다니고 사회활동을 해서 같이 못 놀았어요. 매일 나가고는 싶었지만 나갈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삼육재활원에 갔더니 엄마한테 나 운동시키라고, 물리치료도 받으면 좋아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출퇴근 했어요. 매일 엄마가 업고 재활원까지 갔는데, 버스가 안 태워주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차도 잘 잡지 못했고, 엄마도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나는 좋았어요. 집에만 있다가 나가니까, 세상 구경하는 게 아주 좋았죠. 내가 할 수 있는 게 거기 다 있잖아요.

삼육재활원에서 6개월 있었는데, 근데 나이가 차니까 딴 데 가라고 통보가 왔어요. 거기는 18살 먹으면 나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해서 병원에 들어가려고 했더니 돈이 두배 더라고요. 해서 나는 못 간다고 했더니 돈을 더 내고 기숙사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기숙사에 갔더니 이 돈을 가지고 못산데. 해서 집에서 돈이 없으니까 나와서 딴 데 가자고 했어요. 결국 돈이 없어서 더 있을 수가 없었지요. 재활원에서는 휠체어 타고 내 마음대로 왔다갔다 했는데, 집에 오니 다시 갇혀 지내야 했죠. 친구도 없고. 그때는 화장실도 집 밖에 있어서 그것도 힘들고. 엄마가 매일 대변처리를 해주셔야했고. 기분이 착잡했죠, 많이 우울했고. 그래서 다시 보내달라고 많이 울었어요.

3년 뒤 더 이상 집에서 돌볼 사람도 없고, 경제적 형편 때문에 제 의사와는 무관하게 큰형과 가족들에 의해 지금의 향유의집(구 석암베데스다요양원)으로 왔어요. 올 때 죽을 때까지 있는 비용으로 생각하고 생활비 3천만원을 냈어요. 21살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있어요. 지내오는 동안 비리가 있다는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아무도 말을 못하고 지낸 거였어요. 정부에서 피복비를 지원해주는데 우리 옷을 매번 나일론으로 된 싼 것만 사는 거예요, 그것도 체육복으로. 봄·여름·가을·겨울 다 마찬가지였죠. 또 간식비를 챙긴다고 생각했죠. 예전엔 우유가 매일 나왔는데, 나오다가 안 나오고, 빵도 안 나오고 그러더니 감자랑 고구마만 간식이라고 주는 거예요. 또 야유회도 반도 안 데리고 가는 거예요. 야유회 비용으로 나온 돈도 챙겨야하니까. 그렇게 계속 돈을 챙겨서 땅만 사고, 건물만 짓는 거예요. 그래야 새로운 사람 데리고 와서 수용시킬 수 있으니까. 선생님들 월급도 두달 동안 밀렸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근데 구청에서는 감사를 나와도 자기들끼리 막 하고 가는 거예요. 우리한테 뭘 물어봐야하는데, 비리가 있는데도 안 살피고 그냥 얼렁뚱땅하고 가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들은 직원들과 함께 싸웠어요. 그래서 이부일 이사장과 제복만 원장이 처벌받게 되었어요. 올해에는 저랑 함께 생활하고 싸웠던 8명이 자립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저랑 시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시설의 규칙은 여전하고 먹고, 자고, 싸고 매일같이 반복되고 하는 것도 없으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도 없어요. 저는 기술도 배우고 싶은데 그런 프로그램이 없어요. 다 시간만 때우는 거예요. 정부에서 돈 타먹으려고요. 그것보다는 사람들은 다 바깥으로 데리고 나와서 돌아다니는 게 필요해요. 우리가 들어가서 (바깥에 나온) 얘기를 하면 자기들도 나오고 싶은데, 알고 싶고요. 자기가 먹을 수 있는 거 먹고, 보고 싶은 거 보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지금 석암에서는 그렇게 하는 게 불가능해요. 선생들이 바깥에 나가는 거 잘 안 해주고, 나가서도 잘 안 따라줘요.

저는 자립할거예요. 나와서 자유롭게 살 거예요. 돈도 벌어보고. 내 꿈이 어렸을 때부터 전파상 하는 거였어요. 집에 있으면서 하도 심심해서 누워서 라디오를 세 개나 조립했어요. 뜯었다가 원위치 하고 다시 반복 그런 거죠. 처음에는 안됐는데, 몇 번 하니까 되더라고요. 그땐 완전히 날아가는 기분이었죠. 누구한테도 배운 적이 없는데 내가 그걸 해낸 거잖아요. 나도 뭔가 할 수 있어요. 근데 시설에서는 그렇게 살지 못해요. 여건이 안돼요. 간단한 거지만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며 자유롭게 사는 거 시설에서는 못해요.

추재엽 구청장님.
저는 석암 같은 시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처럼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어요. 그러려면 저와 같은 휠체어 타는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이 필요해요. 가족의 도움도 없고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도 받지 못해 살림살이를 살 돈도 없어요. 임대료도 낼 수 없답니다. 공부도 하고 기술을 배우려면 충분한 활동보조서비스도 받아야 합니다. 병원에도 자주 가야하고요. 힘든 일이겠지만, 열심히 기술도 배우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제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이러한 꿈을 위해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도록 꼭 자립생활의 기회를 만들어 주세요. 긴 편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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